- 19세기, 독일 배경입니다.
- 슈바르츠발트 가의 한 마을. 소설화 중입니다.
- 그래도 1화 때보다는 시간이 거의 안 걸렸네요. 갈수록 호흡이 소설화 되어가서 편하긴 한데, 강행군이긴 하네요 OTL
- 빨리 하지 않으면 마감을 놓칠까봐 겁나 죽겠습니다.
- 그래도 엔딩까지 플롯은 드디어 다 짰어요. 아마도 1화 정도만큼의 분량을 더 쓰면 될 듯 합니다.
- 고로 기존 화들 소설화는 2월 초까진 반드시 끝내야겠네요.
에릭은 한동안 말없이 찰스를 바라보았다. 찰스의 뇌리에는 지금 에릭이 품고 있는 생각이 거의 말소리처럼 명확하게 들려 왔다. '대체 이 멍청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는 속으로만 슬쩍 웃었고, 인내심을 갖고 설명을 시작했다.
"당신이 본 그런 괴물에 대한 책이 있어요. 보여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여관에 있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늑대인간'이라고 부르죠. 그리스 어로는 라이칸스로프라고 하고요."
"나는...나는 괴물이라는 소리밖에 안 했는데?"
창백해진 에릭의 얼굴을 보며 찰스는 최대한 차분하게 얘기했다.
"당신이 너무 강렬하게 떠올리는 바람에 저도 그 괴물을 봤죠. 흰 털에 녹색 눈, 맞죠?"
에릭은 큰 혼란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찰스가 능력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고는 해도 아마 이 정도로 생생하게 자신이 '본'것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그가 이 '능력'에 대해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길 바라며, 찰스는 설명을 계속 했다.
"늑대 인간은 일반적인 총알로는 쓰러트릴 수 없어요."
"그렇지. 놈은 무적이야." 에릭의 말에, 찰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놈에게도 약점은 있어요."
에릭은 마치 홀린 것 같은 표정으로 찰스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이제껏 찰스가 에릭에게 보여준 모습이라고 해 봐야 당황한 상태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놀라거나 곤란해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의 찰스는 자기 영역으로 들어온 전문가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맑은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시선 또한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단순히 자신의 지식을 피로하기 때문만이 아닌, 이 퉁명하고 거친 남자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 이 상황 탓도 있었지만 어쨌건 찰스는 얘기를 계속했다.
"은 탄환이 약점입니다. 은 무기도 좋아요. 혹은 축성받은 탄환이나 금속 무기도 은 만큼은 아니지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제일 좋은 것은 교회의 종이나 십자가, 특히 은십자가를 녹여서 만든 탄알이라고 하더군요."
비록 전설이었지만 각나라 각지의 수많은 전설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면 거기엔 분명히 어떤 '사실'의 뒷받침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전설의 늑대 인간들은 모두 은을 두려워했다.
찰스의 눈동자는 빛났지만, 그 말을 들은 에릭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혹시라도 믿음을 주지 못했나 싶어 잠시 그의 마음을 살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에릭은 이제 찰스를 어느정도 신뢰하기까지 했지만 그와 별개로 그의 기분은 급속도로 더 어두워져 가고 있었고, 그 이유는 짙은 안개처럼 에릭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에릭?"
이름을 불린 에릭이 흠칫 몸을 굳힌다. 무언가 완전히 다른 생각에 빠져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리고 무언가를 새로이 깨닫기라도 한 것처럼 기묘한 시선을 찰스에게 보낸다. 마치 홀린듯한 그 눈동자 속에서 새로운 감성이 떠올랐고, 찰스는 이 남자의 감정 변화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어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야 했다. 에릭은 늘 그랬다. 무심에서 적의로, 적의에서 비무장으로, 의혹에서 신뢰로, 이제는 거기서 두려움으로 변해가는 그의 감정은 꼭 검은 숲에 몰아치는 눈폭풍마냥 거칠고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두려움'인 것일까? 왜? 의문의 답을 알아낼 새도 없이 에릭이 입을 열었다.
"곧 밤이 돼."
거의 속삭임 같은 말이었지만 제대로 들어낸 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 보름이죠."
"아니야. 오늘 밤부터 시작될 거야."
"...예?"
에릭은 번개처럼 몸을 일으켜 총을 걸어둔 곳 앞으로 걸어갔다. 잠시 뒤지더니 낡은 권총 한 자루를 가져온다.
"이걸 가져가. 별로 효과는 없겠지만 불꽃과 소리에는 놀랄 거야."
"...에릭?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어리둥절해 하는 찰스의 양 어깨를 단단히 붙들고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그 엷은 푸른 눈에는 뭔가가 이글거리고 있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분노 같기도 하고 두려움 같기도 했지만 둘 중 어느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내 말 잘 들어. 절대 뒤돌아 보지 말고 마을로 뛰어가. 어디건 가서 문을 걸고 있거든 걸쇠를 권총으로 쏴 버려. 알겠어? 창문을 깨도 좋아. 어쨌건 어느 집이건 들어가서 절대 나오지 마."
"하지만...하지만 여기 있으면 되잖아요?"
그 순간 에릭은 실로 불가해한 표정을 지었는데, 모든 감정이 뒤죽박죽 섞인 그 얼굴은 도저히 뭐라 한 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었다.
"안 돼. 여기도 위험해. 아니, 어쩌면 제일 위험한 곳이야."
어깨를 붙든 에릭의 손가락이 거의 파고들 듯 했다. 뿌리치지도 못하고, 찰스는 그대로 남자에게 밀려 현관으로 나오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 빨리 돌아가!"
"이봐요, 잠깐. 잠깐 내 말 좀"
문이 닫혔다. 안에서 빗장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찰스는 이를 악물고 분에 못 이겨 힘껏 외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간신히, 간신히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체 이게 무슨 꼴이냔 말이다! 손에는 권총이 한 자루 들려 있을 뿐, 그대로 살을 에는 찬 바람 속에 내쫓겨 버리고 만 것이다. 한동안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오두막 문을 바라보던 찰스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무지 이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그는 에릭과 대화를 했고,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 주었다. 그리고 에릭도 분명히 그 사실을 납득했다. 잠깐이나마 둘은 거의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빌어먹을 마음의 벽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갑작스레 더 확고한 형태로 말이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미 멀어진 에릭의 오두막을 노려보던 찰스는 그를 밖으로 내몰던 에릭의 눈빛이 차갑거나 공격적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절박해 보였다는 것을 기억해 나고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멋지구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시간은 이미 늦어 마을에 닿기도 전에 해가 질 모양이었고 그는 아무도 곁에 없는 상황에서 권총 한 자루를 지니고 숲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이 권총이 쓸모는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에릭 말마따나 위험한 들짐승이라도 나타난다면 총소리와 불꽃으로 놀래킬 수는 있을 성 싶었다. 사실 사냥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 좋아. 말이랑 그레이하운드 서른 마리면 있으면 완벽하겠어!"
들어주는 이도 없는 농담이나 툴툴대며 마을 쪽으로 걸어간 지도 한참이 되어,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어둑해지는 하늘을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본 찰스는 좀더 발걸음을 빨리 했다. 에릭 말마따나 정 안되면 문을 깨고서라도 어딘가 들어갈 작정이었지만, 되도록 그러기 전에 마을에 닿고 싶었던 것이다. 좀더 빨리, 저 해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마을 울짱이 보이도록. 하지만 그러기 전에, 무언가가 찰스의 발을 붙들었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아니, 감각이라기엔 훨씬 미묘했고, 정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시선'이 가장 가까운 말일 것이다. 무언가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해 와, 찰스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섰다. 알 수 있었다. 지금 주위를 둘러봐 봤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있다.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시도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감각을 뻗쳐 주위에 누군가가 있는지 탐지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무도 없고, 방금의 감각은 그저 자신의 착각이라고 확신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상은 그의 예상을 빗겨나갔다. 뒤쪽, 수풀 속에 무언가 거대한 것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에릭의 경고가 맞았다. 그것은 일반 들짐승과 달리 강렬한 악의를 품고 있었고, 오직 찰스를 향한 살의를 지닌채 가만히 숨어 있었다. 저것이 아마도 그 '괴물'이리라. 두려움으로 심장이 터질 듯 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으며, 찰스는 에릭이 건네주었던 권총을 다잡고는 마을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것에게 틈을 주어선 안된다. 어차피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지금 권총을 들고 설친다 해서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성급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오히려 흥분해서 이 쪽으로 향해 달려들지도 모르는 것이다. 차라리 알아채지 못한 척 하고 조금이라도 마을에 가까이 가는 편이 생존에 유리할 듯 싶었다. 적어도 자신의 힘 덕에 놈이 이 쪽으로 덤비는 타이밍만은 정확히 알 수 있지 않은가. 잘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찰스는 속으로 기도문을 외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발을 옮겼다. 놈이 천천히 그를 따라오는 것을 느끼며, 아뜩한 기분에 마른침을 삼키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럴 때 마찬가지로 늦게 들어가는 마을 사람이라도 하나 눈에 띄면 안심이 되련만, 점점 어두워져 가는 사방 어디에도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새삼 에릭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는 어째서 자신을 밖으로 내쫓아 버렸을까.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왜 내몰아 버렸을까. 분명 그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사실 원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성과 감정은 다르게 움직이는 법이다. 지금의 찰스는 아까 따뜻한 모닥불이 타오르던 에릭의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을듯한 심정이 되어 있었다.
마을에 다가서면서 '그것'은 점점 더 찰스에게 다가왔다. 서서히 거리가 좁혀지면서 '그것'의 마음이 좀더 생생히 읽혔다. 놈은 찰스가 마을에 들어가기 전 끝장낼 심산이었고, 덤벼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찰스는 결심했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다가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에릭의 말대로 권총을 쏘아가며 저항해 보는 것이 나을 듯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 속으로 셋을 센 다음 돌아서서 '그것'쪽으로 권총을 향하고,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게 뭐든지 그냥 쏴 버리면 될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아까의 작정대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돌아선 눈 앞에 거대한 이빨이 빛나고 있었다. 다가온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의 속도가 실로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달빛 아래 빛나는 이빨, 악의에 넘치는 눈, 그 광경을 본 찰스는 권총을 들어올리는 것조차 잊고 숨을 멈췄다. 그것은, 바로 에릭의 상상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온 몸에 흰 털을 두른 거대한 늑대인간.
찰스는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들어올렸다. 사실은 지금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거의 의식하지도 못한 채였지만, 적어도 그의 마음 속 어딘가 자리잡고 있던 생존 본능이 절대적 공포 앞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이성을 그러모아 그 동작을 가능하게 했다. 총구가 올라오는 순간 괴물이 팔을 휘둘렀고, 거의 반사적으로 지나치게 놀라버린 찰스는 그대로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행운이라 부를만한 일이었다. 아니었다면 그 기다란 손톱에 팔이나 다리 둘 중 하나는 잘라져 버렸을 것이므로.
주저앉은 찰스는 허둥거리며 어떻게든 뒤로 도망치려 애썼다. 권총은 이미 눈 속으로 떨어져 버렸지만 거기 손을 뻗을 여유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대는 찰스를 향해 괴물은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돌아본 곳에서 찰스를 내려다보는 그 얼굴은 늑대와 비슷한, 하지만 훨씬 흉폭해 보이는 생김새였고 근육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온 몸에는 흰 털이 돋아 있었다. 보통의 늑대는 네 발로 뛰어다니지만, 이 괴물은 사람을 닮은 상반신에 기형적으로 긴 다리를 갖고 있었다. 마치 늑대의 그것과도 같이 역으로 꺾인 다리를. 그리고 두 발로 선 괴물의 앞발 - 혹은 손에는 기다란 발톱이 나 있었다.
절망이 찰스의 뇌리에 엄습해 왔다. 권총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러한 것을 상대로 대체 그 누가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괴물도 그 상황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찬찬히 이 쪽을 바라보는 놈의 눈에는 잔인한 악의와 조롱이 넘친다. 일부러 드러낸 듯한 흉물스런 이빨 사이에서는 침이 흘러내렸고, 마침내 찰스에게 일격을 가할 작정인지 말이 위로 올라갔다.
찰스는 괴물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공격의 순간은 그의 '힘'을 통해 알 수 있다. 집중한다면 한 번,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저 치명적인 공격을 피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을 쪽으로 조금이라도 뛰어갈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팔은 상상을 초월한 빠르기로 내리찍혔고, 찰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움츠리며 옆으로 굴렀다. 엎드리는 자세를 취한 순간에야 자신이 그 일격을 피해냈음을 깨달았고, 곧장 일어서 달리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다. 간발의 차로 다음 공격이 왔고, 괴물의 손톱은 아슬아슬하게 찰스의 등을 비껴 갔다. 두터운 모직 코트가 단숨에 찢기고 등에 끔찍한 통증이 달렸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어서는데 성공한 찰스는 그 쪽이 과연 마을 쪽인지 생각할 여력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괴물의 속도가 훨씬 빨랐고, 어느새 눈앞을 가로막은 괴물을 본 찰스는 절망감에 눈을 감아 버렸다. 다음 일격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과도 같은 예감에,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렸다.
"...!"
갑자기 굉음이 났다. 처음 그렇게 느껴졌지만 곧 그 뒤에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았다. 비명 소리, 짐승의 비명 소리가 났다. 찰스는 꽉 감고 있던 눈을 가늘게 떴고, 곧 경악 때문에 눈을 한껏 크게 열었다.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흰 색 괴물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좀 작지만 보통의 늑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거대한 회색 늑대가 찰스와 괴물 사이에 서 있었다. 놀라서 주저앉은 순간, 흰 눈 위의 핏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늑대가 몸 방향을 돌리는 순간 그 피가 어디서 흘렀는지 알 수 있었다. 회색 털가죽에 길다란 상처가 네 개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깊은 상처에서 다시금 피가 후두둑 떨어졌고, 으르렁거리던 늑대는 이를 드러낸 채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찰스는 경악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두 짐승, 혹은 괴물이 엉겨붙어 싸우기 시작한 다음에야 정신을 차리고는 눈 속에 떨어져 있는 권총을 향해 달려갔다.
눈에 묻혀 있던 까닭에 얼음처럼 차가워진 총을 쥐고 둘이 뭉쳐 있는 쪽으로 총구를 향했다. 정신없이 얽혀 싸우는 통에 누굴 맞추게 될지 몰라 한동안 숨을 몰아쉬며 겨누고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둘은 간격을 두고 떨어져 나갔다. 그 순간 총성이 울렸고, 짧은 비명 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괴물은 급히 얼굴을 돌렸다가 찰스 쪽을 노려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회색 늑대가 달려들었고, 늑대를 간신히 뿌리친 괴물은 눈에서 피를 흘리며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늑대 또한 괴물 뒤를 쫓아갔고, 찰스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다.
한동안 멍한 눈으로 두 괴물이 달려간 쪽으로 바라보던 찰스는 후들거리는 무릎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며 어둠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어차피 완전히 어두워진 이상 마을 사람들은 절대 자신을 맞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 '괴물'이 늑대를 처치한다면, 분명 찰스를 찾아 마을 쪽으로 달려가리라. 그렇다면 오히려 역으로 행동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발자국은 지금 내리는 이 눈이 감춰 주리라.
달리는 그의 머리에 떠오른 도피처는 단 한 곳 뿐이었다. 에릭의 오두막, 혹은 그 옆의 창고. 혹여라도 에릭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아까 그가 한 말마따나 창고 자물쇠 정도는 부수고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간신히 도착한 에릭의 오두막에 인기척은 없었다. 불은 꺼져 있었고,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찰스는 덜덜 떨며 창고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당겨보니 놀랍게도 힘없이 열렸다. 모르는 사람을 안에 두고 외출을 할 정도니 어쩌면 늘 이랬던 건지도 모른다. 안에서 피비린내가 훅 끼쳐 왔지만, 망설임 없이 비틀거리며 창고 안에 들어간 찰스는 두려움과 추위에 떨며 바닥의 짚새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가죽을 벗긴 동물 시체가 매달려 있었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아마도 들짐승이 기어들어온다면 찰스보다는 저 먹음직한 시체들을 택하리라. 짚새 안에서 덜덜 떨던 그에게 놀랍게도 잠이 몰려왔다. 아마도 생각보다 훨씬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찰스는 그대로 곯아떨어져 버렸다.
피와 지푸라기와 곰팡이, 그리고 숙성되는 짐승 고기의 냄새. 사실 창고는 악취가 지독한 곳이었을 테지만 간신히 눈을 뜬 찰스의 코는 아무 냄새도 느끼지 못했다.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낯선 창고의 천장을 바라보며 대체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생각하던 찰스는 곧 어제의 일을 생각해 냈다. 괴물, 그리고 늑대.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다 그만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다친 등이 끔찍하게 아팠던 것이다. 다시 쓰러져 통증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그는 어제의 일을 하나 하나 생각해 냈다. 괴물, 거대한 회색 늑대, 그리고 피. 밤새 추운 공기에 노출되었던 얼굴이 얼얼하게 아려 왔고, 그제서야 이 곳 창고로 기어들어 왔던 것이 기억났다. 얼어죽지 않은 것은 아마도 창고 벽과 그 안의 짚새 덕이리라. 맨바닥에서 잔 몸 곳곳이 뻐근했고 등의 상처는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악 소리 나게 아팠지만 입가로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어떻게든 위기는 지나간 것이다.
이를 악물고 통증을 견뎌내며 몸을 일으켰다. 추위에도 참고 코트와 조끼, 셔츠를 벗어 보니 다행히 두터운 모직 코트 덕에 셔츠는 크게 찢기지 않은 상태였고, 핏자국도 얼마 없었다. 꽤 아프긴 해도 결국 살짝 긁힌 상처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상처를 잘 씻어내고 의사에게 보이면 며칠 안에 금방 낫겠다 싶어, 찰스는 안심하며 옷을 걸쳐 입고는 창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 공기는 차갑지만 신선했고 새로운 눈에 덮인 숲 풍경은 적어도 어제보다는 훨씬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곧 찰스의 눈에 이상한 것이 띄었다. 흰 눈 위의 얼룩. 간밤에 눈이 내렸는데도 아마 그친 뒤에 들어왔는지 지나간 자국이 생생했고, 거기 붉은 핏자국이 나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에릭?"
찰스는 깜짝 놀라서 에릭의 집 문 앞으로 다가갔다. 어젯밤 인기척이 없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찰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쩌면 이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사냥꾼은 어제 밤 '사냥'을 나갔던 건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총알은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고 분명 얘기했건만, 그래도 총을 들고 나갔다가 큰 부상을 입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제의 그 늑대인간과 거대한 늑대를 생각한 찰스는 문 쪽으로 달려가 소리지르며 할 수 있는 한 힘껏 문을 두드렸다.
"에릭! 어서 문 열어요!"
잠겨 있을 줄 알았던 문이 두드리자마자 그 반동으로 힘없이 열렸고, 안에서는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에릭?"
찰스는 잠시 거기 서 있다가, 침을 한번 삼키고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매우 어두웠고, 그래서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안에 있는 사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안은 싸늘했다. 바라본 벽난로 안은 어두웠는데, 어제 불이 꺼진 후로 다시 켜지 않은 모양이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공기 속에 희미한 피냄새만 감돌고 있었다. 찰스는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에릭."
문득 무언가가 움직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전에 이 곳에 왔을 때 그가 덮고 잤던 모피 속에 누군가가 누워 있었다.
"에릭!"
반색을 하며 달려갔지만 남자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모피 위로 드러난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느낄 수 있을만큼 창백했고,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온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드러나 있는 목과 얼굴에는 식은땀이 나 있었고, 조심스레 손을 대 보니 불같이 뜨거웠다.
놀란 찰스는 벽난로 옆을 살피고는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기억하는대로 집 바로 밖에 쌓여 있던 장작 더미에서 눈에 젖지 않은 장작을 골라 한 아름을 안아들고 들어와 벽난로에 쌓아 놓고, 헛간으로 달려가 바닥에 깔려 있던 짚새를 가져왔다. 부싯돌을 찾아 불을 붙이고 매운 연기를 참아가며 불꽃을 후후 불었다. 마침내 불꽃이 피어나자 손부채로 바람을 넣어가며 불을 지켜보던 그는 에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에릭, 괜찮아요? 이제 상처를 봐야 해요."
아무 대답이 없었고, 찰스는 잠시 그런 에릭을 바라보다 모피 이불을 쥐고 천천히 들추었다. 그 순간 에릭이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틀었고, 그 바람에 그가 입은 상처가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실내는 추웠는데도 에릭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식은땀이 흐르는 몸은 의외로 희었고, 단단히 근육이 잡혀 있는 상체와 강건한 팔에 비해 허리는 놀랍도록 말라 있었지만, 찰스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에릭의 몸이 아니라 거기 나 있는 상처였다. 피범벅된 그의 옆구리에는 깊은 상처가 네 줄 나 있었고, 어깨와 드러나 있는 한쪽 허벅지에는 야수에게 물어뜯긴 듯한 자국이 보였다. 다행히도 살점이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지만 이빨 자국이 선명했던 것이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에릭의 상처를 조심스레 살폈고, 상처 부위에서 심하게 열이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나머지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충격과 경악 너머로 의혹이 떠올랐다. 이것은 이상한 일이다. 아니, 이상한 상처다. 야수의 습격을 받은 이들은 보통 정면에서 공격을 당하거나, 십중팔구 뒤로 돌아 도망치다 부상을 입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이것들은 완전히 달랐다. 상처들은 옆구리와 어깨, 그리고 허벅지에 나 있었고, 그는 바로 이런 상처를 최근에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어제, 괴물은 거대한 늑대를 공격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늑대의 옆구리에는 깊은 상처가 새겨졌다. 한데 엉켜 싸우면서 분명 괴물은 그 날카로운 이빨을 늑대의 어깨에 박아 넣었고, 잠시 떨어졌던 둘은 다시 뭉쳐서 구르며 싸웠었다. 만일 그 와중에 허벅지를 다쳤다면?
찰스는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그 생각들을 떨어버렸다.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다. 생각을 멈추고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킨 다음, 그는 에릭의 몸을 모피로 잘 덮어주고 불가의 솥을 들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할 수 있는 한 깨끗한 눈을 모아 솥 안에 가득 넣고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그 솥을 그대로 벽난로에 걸어 두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식탁보를 발견하고는 속으로만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가차없이 흰 천을 찢어 나갔다. 최대한 빨리 에릭의 상처를 닦아내고 치료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자세한 생각은 나중에 하면 된다. 에릭이 그 늑대였던 아니건 적어도 그는 찰스를 걱정했고, 찰스를 구해 주었거나 혹은 구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깊은 부상을 입고 여기 쓰러져 있다. 그렇다면 주어진 선택은 단 하나, 그의 회복을 돕는 것이지 않겠는가.
벽난로의 불길 덕택에 방 안은 이제 아주 따뜻했다. 곧 물이 끓기 시작했고, 찰스는 길게 뜯어둔 식탁보 조각들을 솥에 집어넣어 충분히 소독한 후 꺼내서 잘 짜냈다. 그리고 물이 식기를 기다려 천 중 한 뭉치를 집어 더운 물에 적신 후 상처 부분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에릭이 열에 들떠 뭔가 중얼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고, 찰스는 그가 깨어나는지 잘 살피며 주의깊게 부상을 살폈다.
그 순간, 갑자기 에릭이 눈을 번쩍 뜨더니 팔을 내밀어 찰스의 손목을 꽉 잡았다.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열에 들뜬 에릭의 눈은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았다.
[...어머니?]
독일어를 들은 찰스는 곧 상황이 어떤지 판단하고는 분명히 잘 들리도록 영어로 찬찬히 말했다.
"아니에요, 나 찰스예요. 기억나요?"
[어머니, 놈이에요. 놈을 만났어요...]
찰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피를 너무 많이 잃은데다 열까지 오르니 헛것을 본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불안해 하는 에릭을 안정시켜 줄 만한 말을 곧 찾아냈다.
[일단 쉬어요. 자야 해요.]
에릭은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찰스는 손에 들고 있던 식탁보를 다시 더운 물에 넣어 빨아내고 잘 짠 다음 나머지 땀과 피를 닦아냈다. 간신히 몸을 깨끗이 한 다음 남은 급조 붕대로 상처를 천천히 감았다. 아직 습기가 다 가시지 않은 붕대였지만 그래도 상처가 그냥 드러나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듯 싶었다. 드레싱을 마치고 보니 에릭은 어느새인가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푹 잠들어 버렸고, 찰스는 그제서야 허리를 펴고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릇들은 다 비어 있었고 제대로 요리할 수 있을 법한 재료들은 없었다. 부엌을 뒤져내 치즈와 빵과 양파를 찾아낸 게 고작이었다. 찰스는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생각하다가 부엌에 있던 실팍한 식칼을 들고 창고 쪽으로 나섰다. 잠시의 악전고투 띁에 매달린 사슴 시체에서 고기를 좀 떼어 온 찰스는 솥에 새로운 눈을 채워넣고 물이 다 녹기를 기다려 양파, 소금과 함께 고기 또한 솥에 던져넣었다. 맛은 전혀 보장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에릭에게는 쉽게 삼킬 수 있는 식사가 꼭 필요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물이 끓었고, 수프라기보다는 고기국물에 가까운 것이 완정되었다. 그럭저럭 먹을만한지 한번 맛 본 찰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에릭을 안아들어 상처가 아프지 않도록 천천히 흔들며 깨웠다.
"에릭, 정신 들어요? 에릭!"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드는지 머리를 올리려던 에릭은 제대로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곧 늘어져 버렸다. 낙담한 찰스는 나무 스푼을 들고 에릭의 입을 벌린 다음 국물을 살짝 흘려넣어 보았지만, 곧 입가로 흘러나와 버릴 뿐 좀처럼 잘 넘어가질 않았다. '이걸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찰스는 질끈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그렇다. 여기 쓰러져 있는 이 상처투성이 남자는, 어쩌면 찰스 때문에 목숨을 걸다 이리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이 고기 국물을 먹이기 위해 뭘 못하겠는가? 눈을 뜬 그는 고기 국물을 입에 머금은 다음, 의식을 잃은 에릭의 입을 벌리고 얇고 뜨거운 입술에 입을 대고 국물을 흘려넣어 주었다.
한 번, 그리고 다시 한 번. 찰스는 열 때문에 뜨겁고 까슬한 에릭의 갈라진 입술에 몇 번이고 스프를 흘려넣어 줬고, 그 때마다 에릭의 목울대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먹인 후 이제 됐다 싶었던 찰스는 한숨을 푹 쉬며 물러나다가, 무언가가 그의 팔을 붙들고 있음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체 어느새 정신을 찾았던 걸까. 마지막으로 먹일 때만 해도 분명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가늘게 뜬 엷은 푸른빛 눈이 이 쪽을 응시하고 있다. 아까보다는 좀더 가라앉은 시선을 본 찰스는 남자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에릭?"
남자는 찰스를 말없이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가지 마."
영어였다. 제대로 의식을 찾은 것이다. 찰스는 입술이 직접 닿은 모습을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민망함보다도 그가 의식을 찾은 데 대한 반가움이 앞서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에릭, 당신 아주 크게 다쳤었어요. 기억해요? 이제 좀 괜찮아요? 날 알아보겠어요?"
에릭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호흡은 안정되어 있었고 열도 약간은 가라앉은 듯 싶었다. 오두막의 공기는 이제 훈훈했고 찰스의 입가로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는 이제 안전하다. 상처 때문에 패혈증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곧 나을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에릭이 잠든 후, 피가 흐릿하니 번져 나온 붕대를 바라보던 찰스는 고민하다 이를 악물고 조끼를 벗었다. 등의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애쓰면서 셔츠까지 벗어냈다. 잠시 깨끗한 면 셔츠를 만져보던 한숨을 푹 쉬고는 아까 식탁보를 다룰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찢어내기 시작했다.
에릭의 상처에 저 붕대만으로 버틸 수는 없었다. 분명 좀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새 붕대를 써야만 하는데, 에릭의 오두막에는 그럴 수 있을만한 깔끔한 천이 더이상 눈에 띄지 않았다. 어차피 핏자국이 살짝 배었을 뿐 그럭저럭 깨끗한 찰스의 셔츠는 괴물의 발톱 덕에 너덜너덜한 상태였으니 잘 찢어내서 끓이기만 하면 좋은 붕대가 되어줄 터였다.
모닥불이 있다고는 해도 실내 공기가 약간은 선뜻해, 찰스는 다시 조끼와 코트를 걸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엌 구석에서 주전자를 찾아내 - 솥은 스프가 담겨 있어 쓸 수 없었다 - 물을 끓여 붕대를 담가 소독했다. 그리고 깨끗하게 삶아낸 붕대는 꽉 짜서 잘 널어두었다.
사실 고약이나 가루약 같은 것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사이 시간이 많이 흘러 마을까지 다녀오기엔 좀 빠듯할 듯 싶었다. 찰스는 대신 바깥에 나가 장작을 더 가져오고 그 김에 사슴고기도 더 잘라 왔다. 그렇게 저녁까지 준비해 두고 나니 그제서야 피로가 파도처럼 몰려왔다. 밤 내내 달리고 뛰다 불편한 창고 바닥에서 잠들었던 몸은 곳곳이 욱신댔고, 무엇보다도 등의 상처는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지독하게 쓰라렸다. 잠시 망설이던 찰스는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두는게 좋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는 에릭에게 잘 덮어준 커다란 모피 속으로 파고들었다.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는 사내 옆에서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드는 것이 괜찮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가 자신을 해치려 한 적이 없다는 확신이 찰스를 좀더 안심시켜 주었다. 만의 하나 해치려 한대도, 지금 입은 부상 때문에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옆에 자리잡은 주제에, 잠든 남자가 깊고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다는 대 안심하며 찰스는 눈을 감았다.
찰스는 눈 덮인 산 속에 서 있었다.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바람은 칼날처럼 예리했지만, 이상하게 별로 춥지는 않았다. 분명 밤이건만 사방이 무서울만큼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태양 같은 것이 떠 있었는데, 그는 잠시 후에여 그것이 보름달이라는 걸 깨달았다. 분명 태양처럼 밝았지만 그 빛은 태양 특유의 황금빛도 아니었고 눈을 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푸르스름하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웠다. 거대한 달 주위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불꽃같은 별들이 온 하늘에서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서 눈을 떼고 숨을 훅 내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어 어둠 속으로 번져 갔다.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분노와 증오에 차서, 무엇보다도 두려움에 가득 차 눈 덮인 숲을 뒤지고 있었다. 발바닥에 차가운 눈이 느껴졌지만 차갑다기보단 오히려 서늘했고, 맨발 치고는 정말 이상하리만치 둔한 감각이었다. 찰스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고 싶었지만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는 사실만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꿈, 그렇다. 이것은 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건 찰스는 걷고 또 걸었다. 가끔 뭔가를 확인하듯 고개를 숙이고 눈 위의 냄새를 맡았다. 거기서는 놀랍게도 상상도 못한 온갖 냄새가 다 났다. 어쩐지 이 꿈 속의 자신이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꿈 속이라 그런지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저 가고 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났을 뿐.
그렇게 한동안 걷는데, 갑자기 그의 귀에 갑자기 소리가 들려 왔다. 희미한 비명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지만, 그건 비명을 지른 이가 그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였다. 다급한 마음이 되어 달리고 또 달렸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찰스는, 아니, 이 꿈의 주인공은 그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뻗어나오는 다리를 보고서야 찰스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잿빛 털에 덮인 긴 다리는 개, 혹은 늑대의 앞발처럼 보였다. 그것은 나무 등걸을 뛰어넘고 수풀을 가르며 그만이 아는 길을 달려나갔다. 바람이 방향이 바뀌자 피냄새가 훅 끼쳐 왔고, 드디어 '그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달빛을 받은 '그것'은 바로 찰스를 습격했던 괴물이었다. 뒷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리고 어째서인가 찰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크기가 좀 작아 보였지만, 그 압도적인 흉포함과 기세등등한 살기는 그대로였다. 놈은 한쪽 팔을 천천히 들어올리고는, 허둥지둥 도망가는 누군가의 등을 찍으려는 것 같았다. '맙소사, 안돼!' 꿈의 주인공, 아마도 늑대는 속도를 더 높였고 그래서 간신히 둘 사이에 끼어들 수 있었다. 원래는 단숨에 놈의 목줄기를 찢어놓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틈이 나지 않았다.
끼어든 순간 불같은 통증이 옆구리에 느껴졌고, 곧이어 눈 덮인 땅에 세차게 격돌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늑대는 곧장 고개를 돌려 도망치던 사람 쪽을 쳐다보았고, 찰스는 이미 자신이, 혹은 이 꿈의 주인공이 무엇을 보게 될지를 알아챘다. 분명 공포에 질려 창백한 얼굴로 이 쪽을 돌아보는 저 사람은 찰스 자비에 자신이리라. 그리고 이 꿈은...
아니었다.
눈 속에는 한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낯익은 얼굴, 바로 에릭의 머리 속에서 보았떤 그 여자, 오두막의 작은 초상화 속에서 앉아 있던 그 여자, 그녀가 다갈색 눈을 크게 뜨고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목에는 찰스가 환영을 통해 보았떤 그 깊은 상처가 그대로 나 있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포효가 들리며 의식은 다시 암흑 속으로 떨어져 갔다.
찰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서 지금 막 깨어나, 그제서야 느껴지는 상처의 아픔에 신음하며 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에릭과 눈이 마주쳤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전 본 것은 바로 에릭의 꿈이다. 눈부신 하늘, 어두운 숲, 하얀 눈밭의 괴물과 시체, 지금까지 보고 있던 모든 것이 바로 에릭의 꿈이었던 것이다.
잠깐 눈이 마주친 것일 뿐인데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만 같았다. 마치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도저히 에릭의 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하여 에릭이 아마도 느껴질 지독한 아픔을 견디며 천천히 손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의외로 길고 가느다란 사냥꾼의 손가락이 찰스의 얼굴에 닿았을 때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가 눈을 깜박이자, 에릭이 한숨을 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무사했나."
기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에릭이 할 말이 아니었다. 에릭이 입은 심각한 부상과 비교한다면 찰스의 상처 따위는 등을 가볍게 긁힌 거나 다를 바 없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에릭은 찰스의 얼굴을 이상하리만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고, 찰스는 그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야만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예. 살짝 긁힌 정도죠. 하지만 당신이야말로, 괜찮아요?"
몸을 일으키자 등에 다시 통증이 달렸다. 자기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견딜 만 했다. 찰스는 에릭의 상처를 살펴보기 위해 모피를 걷었다.
"난 괜찮아. 딱히 살펴볼 필요는..."
"웃기지 말아요. 뼈까지 안 닿은 게 신기할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고요. 자, 움직일 수 있겠어요? 붕대를 갈 겁니다."
아까 감아두었던 붕대에는 피가 번져나와 있었지만, 정작 붕대를 풀면서 보니 출혈이 계속되고 있진 않았다. 물론 상처 자체는 그대로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출혈이 멎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내심 놀라면서도 침착하게 하나 하나 붕대를 풀어가는 동안 에릭은 침묵하고 있었다. 이따금 찰스의 손이 상처 부근을 건드리면 몹시 아픈 듯 했지만 어쨌건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꾹 참아냈다.
드러난 상처를 따뜻한 물로 다시 한번 조심스레 닦아낸 다음 아까 만들어 둔 새로운 붕대로 상처를 감으려 했을 때, 에릭이 약간 쉰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구석 선반 위."
"...예?"
"테이블 쪽 구석에 선반이 있고, 거기 작은 단지가 있을 거야. 거기 약이 있어."
찰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그러고 보니 그는 에릭이 혼자 사는 사냥꾼이라는 점을 거의 잊고 있었다. 부상이 꽤 잦았을 테고, 다쳤을 때 사용할 약 정도는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약단지를 가져와, 잘 묶인 노끈을 서둘러 풀어내고 종이와 함꼐 마개를 벗겨 냈다. 갈색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끈적한 약을 떠서 상처에 갖다대는 순간 에릭이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꽉 쥐고 통증을 견디는 걸 보니 바르면 상당히 아픈 약 같았지만, 그래도 곳곳의 상처에 꼼꼼히 약을 바른 다음 다시 붕대를 감을 때까지 에릭은 단 한 마디 말고 하지 않고 그 아픔을 꾹 참고 견뎌냈다.
마지막 붕대를 감은 후 놀랍게도 그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찰스는 말 그대로 경악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아직도 끙끙거리고 누워있기가 고작이었을 텐데 이 정도로까지 회복되다니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를 넘기라는 듯 가볍게 손짓하며 에릭이 말했다.
"코트 벗어."
"무슨 소리예요? 난 그냥 가볍게 긁힌 정도인데..."
"웃기지 마. 피냄새를 그렇게 풍기면서 다치지 않았다고?"
찰스는 잠시 망설이다 코트를 벗었다. 오두막 안은 벽난로 덕에 훈기가 가득했지만, 그래도 든든한 코트를 벗어 버리니 맨 몸에 조끼만 걸친 상반신에 소름이 돋았다. 셔츠도 없이 맨살에 조끼만 입은 그의 모습을 본 에릭이 눈썹을 치켜올렸고, 찰스는 짧게 답했다.
"붕대로 쓸 천이 없었어요. 걱정 말아요. 실크도 아니고 면 셔츠니까 찢어져도 별로 상관 없어요."
"미쳤군."
찰스는 뭐라고라도 항의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입을 다물었다. 에릭이 단순히 비웃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추위에 셔츠도 없이 나가려던 셈인가?' 에릭의 뇌리에 떠오른 그 생각은 거의 귀에 들려오기라도 할 것처럼 뚜렷했다.
"조끼 벗고 돌아앉아."
찰스는 잠시 고민했다. 자신의 상처는 에릭의 것과 달리 별로 깊지 않다. 마을에 가면 의사가 있고, 그가 처치를 해 줄 것이다. 그런데 꼭 여기서 약을 발라야 할까? 반드시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에릭은 이미 약간 조급한 손길로 찰스의 몸을 돌려놓고 있었고, 곧 차가운 액체가 찰스의 등에 닿았다. 그리고,
"아야얏! 이거...뭡니까!"
"엄살은."
찰스는 숨을 가쁘게 쉬며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자세가 되어버린 까닭에 다시 비명을 질렀다. 마치 상처에 독주를 콸콸 들이붓는 것처럼 화끈거리고 엄청나게 아팠다. 대체 이렇게 아픈 것을 바르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게 참을 수 있었단 말인가? 아픔에 휩쓸리는 바람에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찰스의 등에 와 닿는 에릭의 손길은 의외로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가끔 지나친 통증에 견디지 못한 찰스가 앓는 소리를 내며 등을 흠칫거리면 잠시 그대로 두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약을 다 바른 후 에릭이 말했다.
"오늘은 이 집 안에서 지내. 밤새 여기 얌전히 엎드려 있어. 상처에 자극이 되면 곤란하니까."
찰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럼 당신은요?"
이번에 망설이기 시작한 것은 에릭이었다. 그 기색에, 찰스는 지금까지는 환자를 돌보느라 눌러 두었던 의혹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이제는 의혹이라기보다 거의 확신이었지만.
"난 나가 있을 거야."
"당신도 다쳤잖아요."
"난- 난 여기 있을 수 없어."
매우 새삼스럽지만 확인 사살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몸의 상처, 그의 상태, 방금 본 꿈, 그리고 이 대화까지. 지금 입을 다물면 그나마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학자로서건 원래 타고난 성격으로서건 찰스 프란시스 자비에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왜 날 구했죠?"
등 뒤에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초조해지 찰스가 말을 이었다.
"둘러댈 생각은 하지 말아요. 그 회색 늑대, 당신이었죠?"
어쩌면 전설 속의 존재인 '늑대 인간'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바로 등 뒤에 있다는 사실도 그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것은 어쩌면 그 동안 에릭이 늘 찰스의 마음에 불러일으켜 왔던 그 기묘한 느낌과도 통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이 남자는- 에릭은 실로 기묘한 이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퉁명스럽게 대한 주제에 찰스가 순수한 믿음을 보였다는 이유 하나로 놀랄 정도로 빨리 경계심을 풀었고, 그리고 꿈에서 본 바 대로라면, 즉 에릭이 보았던 꿈 그대로라면 무려 그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찰스를 구해주기까지 했다. 늑대를 두고 비유한다면, 그것은 마치 거대한 늑대가 온순한 태도로 다가와 손길을 뻗어도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여 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사실 찰스는 전혀 몰랐지만 그런 놀라움은 바로 에릭의 것이기도 했다. 이제껏 그가 접했던 사람들은 그를 꺼리는 이들이었고, 낯선 사람이라 해도 늘 그래왔듯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이면 알아서 멀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이 외지 남자는 대체 멍청한 건지 둔한 건지 아니면 사람이 지나치게 좋은 것인지, 밀어낼수록 오히려 다가오기만 한다. 다른 이들이라면 코웃음을 치거나 정신병자 취급을 할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진지하게 믿어주질 않나, 심지어는 자기가 도울 수 있다며 이상한 말들을 늘어놓질 않나, 마치 상대에게 무조건적인 선의를 보이는 일이 당연하다고 믿는 강아지마냥 사방 팔방으로 그 선의를 날려대며 따라와붙고는 절대 떨어져 나가질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에릭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도 두려워하거나 도망치기는 커녕 '왜 구했나'를 묻고 있다.
"두렵지 않나?"
충동적인 질문이었다.
"당신이 어제 절 잡아먹었다면 지금쯤 뱃속에서 충분히 두려워하고 있을 겁니다."
비꼬는 대답이 들려 왔다. 대체 어떻게 이 청년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았지만, 에릭은 그만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상처가 욱신거리는 바람에 곧 다시 얼굴이 굳어버렸지만.
"내가 은탄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군."
"...아마 은을 만지는 것조차 어렵겠군요."
문득 찰스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째서 어머니의 은반지가 마룻바닥 속에 떨어져 끼일 때까지 에릭이 그것을 방치했는지 말이다. 하지만 잘 닦여 있던 그 은화는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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