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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7 [단편/화이트폰] Innocent look 6


* 한 장의 그림으로 졸음을 날리고 쓰기 버튼 누르게 해 준 모 님께 동인신의 축복있으라.
* 애프터도 달았습니다.ㅎㅎㅎ










제법 식도를 후끈하게 달군 아르마냑의 여운을 느린 호흡으로 애써 다잡으며 에릭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가볍게 취한 시선과 함께, 바짝 긴장한 경추와 섬연하게 돋아난 날개뼈, 그위를 매끈하게 덮은 잔잔한 근육도 단단하고 우아한 선을 그리며 등 뒤의 찰스를 보았다. 마치 야생의 맹수와도 흡사하게 날렵한 잔등의 아름다움은 다소 바랜 로즈핑크의 고풍스런 코르셋 안으로 숨어든다. 찰스가 거의 고뇌하는 표정으로 힘껏 코르셋 끈을 죌 때마다, 에릭의 허리도 숨찬 경련을 간간이 털어내며 더욱 가늘게 죄어들었다.
살집이 거의 없는 힙과 허벅지를 완고하게 가린 형태로 뚝 떨어진 옛날 속옷은, 그러나 섬세한 은사 자수 레이스의 광채를 여직 간직한 채 에릭의 샅을 은밀하게 간질였다. 집요하게 밴 향수 내음과 묵은 좀약내가 얽힌 공기를 매캐하게 비집는 타르냄새가 차라리 신선하다. 에릭은 자신이 든 담뱃대에서 푸르게 피어오른 연기의 궤적을 쫓았다. 커튼 사이로 스민 바람을 타고, 에릭의 희게 드러난 어깨를 지나 약간 덥수룩한 브루넷과 열중한 나머지 살짝 찌푸린 미간이며 미미하게 뾰루퉁해 보이는 붉은 입술을.
그리고 남자는 드디어 실소했다.

"점잖으신 교수님의 내기 체스 결말치고는 참 속속들이 변태스럽군 그래."
"부정하진 않겠어, 하지만 실실 웃으며 우리 할머니의 드로워즈를 입어준 이상, 자네도 나와 동급이야."
"대체 이 아르마냑은 어디서 공수해온건가? 취한 사람한테 체크메이트를 외치고 무자비한 조건을 들이대다니....."
"가스코뉴 최상의 아르마냑이네. 뭐, 그렇다더군. 그리고 지난 번 자네의 스트립 내기 체스도 만만치 않게 무자비 했어. 양말만 신고 자기집 서재에서 섹스한 후로는, 모럴에 대한 관점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지."

지나치게 수정된 것 아닐까, 비식거리며 웃는 장신의 사내에게 찰스 프랜시스 자비에가 선언했다. 

"더 웃으면, 루즈까지 발라버릴테니 그리 아시게나, 친구."
"그것도 자네 모친의 컬렉션인가?"
"물론, 이 방에 널린 물건들이니 당연하지.... 이보게, 자네가 끼고있는 그 레이스 롱 슬리브는 나름 역사가 있는 유물이라고? 막 잡아당기지 말게."

무려 독립전쟁 때 라파이에트 장군의 손키스를 받은 유물이라면 믿겠나? 필라델피아의 대고모는 아흔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걸 혼수로 가져가지 못한 걸 원통해 한다며 신나게 너스레를 떨던 찰스가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이쪽을 향해 완전히 돌아선 에릭이, 장밋빛 코르셋과 은사 드로워즈, 알랑송 레이스의 롱 슬리브, 그리고 빅토리안 힐을 느긋하게 과시하듯 보여주며 찰스에게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여전히 낮고 굵은, 섹시한 남자의 목소리가 위험한 웃음기를 아슬아슬하게 단 채로 귓전을 스쳤다. 

"입힌 걸로 만족하나?"

평소 검은 터틀넥을 바짝 올려 싸매듯 입던 남자가 은근한 알콜내음을 지우지도 않은 채 그리 말하자, 마찬가지로 같은 술 내음을 품은 남자가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거의 담박해보이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소리가 아닌 행동으로, 천천히 에릭의 손을 잡아 라파이에트의 키스 위에 찰스 자비에의 키스를 정중하게 떨어뜨린 것으로 말이다.
둘 다 그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제 둘 모두 완전한 제정신이었다. 아무렇게나 벗겨낸 드로워즈가 찰스 자신과 함께 침대 속에 파묻혔다.
웨스트체스터의 잠겨진 방, 찰스의 죽은 모친이 쓰던 방에서 흡사 아름다운 여자처럼 입은 에릭이 누구보다 격렬하게 그를 안았다. 은밀한 바램을 덤덤히 이해해준 청회색 시선에 꿰뚫린 채,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자지러지며 찰스는 맞은 편 어머니의 화장대 거울에서 언젠가의 작은 소년을 본다. 우아하고, 부드럽고, 냉담하게 소년을 등진 채로 화장을 하고 몸치장을 하던 금발의 여인도.
코르셋에 아직도 남은 그녀의 향흔이 에릭의 체취와 깊숙이 섞여들었다. 어머니의 향수가 네메끄무아(N'AIMEZ QUE MOI-나만을 사랑해)였음을 기억한 찰스가 마침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fin....?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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