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6. 00:54
처음 아자젤은 심플하게 생각했었다.
거 평범한 친구라기엔 뭔가 분위기가 야시꼴랑축축뜨끈하기는 했어도 쩌적 소리 제대로 나게 갈라선 둘이니만큼 앞으로 얼굴 볼 일이 얼마나 되겠으며 본다한들 뭐 신통한 액션과 리액션이 있겠는가, 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그야말로 속편하고 가소로운 전망이었음을 딱 석 달만에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처음 매그니토가 아자젤에게 '극히 사적인 용무라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지만'...이라 운을 뗀 뒤에 웨스트체스터에 두고 온 개인물품을 가지러 가야겠다며 손을 내밀었을 때만 해도 이 텔레포터는 흔쾌히 새 보스의 편의를 봐주었고 그외 미심쩍음이라든가 찝찝함 따윈 없었다. 원체 이리저리 꼬치꼬치 따지고 꼬고 비트는 발상과 인연없는 성격 탓이기도 했다. 허나 그 '방문'이 약 3개월에 걸쳐 십여 회를 웃도는 빈도수를 자랑하는데 이르자 어지간한 아자젤도 두고온 물품이 슈트케이스 하나가 아니라 컨테이너 박스 통째로 하나 아니냐고 투덜거리게 된다. 그것도 혼잣말 같은 게 아니라,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엠마, 립타이드, 엔젤 앞에서 말이다. 참고로 미스틱은 에릭에 묻어서 웨스트체스터로 출타 중이었다. 그녀야말로 그 저택에 두고 온 각종 물품이 컨테이너 박스 하나로 모자라는 '그' 레이븐인지라.
"컨테이너 박스가 아니지, 아자젤."
이마에 川을 새기고 있는 셋과 달리 무심한 듯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손톱을 다듬던 엠마가 조용히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침착한 표정이지만 화이트퀸의 손끝은 군데군데 미세하게 일어나고 갈라진 큐티클로 평소의 완벽한 모양새를 잃고 있었으며 고로 그녀도 슬그머니 빡친 상태였다. 아, 여기서 더 잘라내면 피를 볼지도.....엠마는 아쉬워하며 손톱니퍼를 거두고 속으로 뇌까렸다. 이게 다 스트레스 탓이지. 망할 ㅎㅁ들 같으니.
"친애하는 매그니토, 우리의 에릭 랜셔 씨가 웨스트체스터에 떨궈놓은 유실물이란 바로 찰스 자비에라 봐야할걸."
그러자 냉큼 엔젤이 거들었다.
"그가 그집에 있는 한 이 웃기지도 않은 소동도 계속 될거야. 아자젤은 셔틀을 면할 수 없을테고, 립타이드는 스타일리쉬함을 결국 포기해야 할거고 -매그니토는 가끔 아주, 아주, 아아아주 고까운 시선으로 립타이드의 완벽한 쓰리피스를 아래 위로 훑어보곤 했다. 저 죽여주는 헬멧에 맞춰 제작한 자기 망토를 애증을 담아 만지작거리며 말이다- 나는 환장할 것 같은 -갓뎀!! 그 클럽에서 그들 사이를 눈치채는게 아니었는데!!- 그의 부부 관계 회복 상담인지 홀애비 넋두리 받아주기인지를 해야할테고, 엠마는, 오 맙소사.... "
"엔젤, 호들갑이 심하구나. 난 자기 능력을 백 퍼센트 제어할 수 있는 텔레파시스트야. 더우기 매그니토는 고맙게도 하루의 대부분을 헬멧과 함께 하지."
"그런것치고는 지난 번의 네 히스테리컬한 절규가 참 인상적이었거든?"
".....그래, 문제는 저 독한 매그니토도 샤워할 때만은 헬멧을 벗어야 한다는 거야."
용케도 그의 생활리듬을 파악해 헬멧의 가호가 없어질 시간대마다 미련없이 외출을 하거나 외출을 한다거나 외출을 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해온 엠마였다. 허나 지난 주의 그녀는 그닥 운이 좋지 못했다.
-우와 뻔뻔하게 짧다!! 동네사람들 제가 해냈어요!!!.....네. 손들고 있겠사와.....돌 던지시면 달게 맞겠습니다... 주말저녁엔 좀 더 쓸 수 있을라나요.
밀린 덧글도 그때를 기약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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