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뒤늦게 연구소에 방 한칸 얻어 들어온 그린페이라고 합니다. 최애는 쇼우인데 쇼우 관련해서 커플링을 정할수가 없어!!!-정확히는 쇼우를 깔 공을 내놔!! 엠마언니, 왜 남자가 아니신가영ㅠㅜ 물론 언니는 하름다우시지만...ㅠㅜ-라며 울부짖는 한마리 가련한 짐생입니다.(....) 그리고 커플링 상관없이 쇼우-에릭-찰스 삼각구도에 핥핥 중이옵니다. 가아끔 뻘글 투척하고 사라질지도 모릅니다...(먼산) 아래는 그냥 가기 뻘하여 쪽글 하나 놓고 물러 갑니다.
커플링은 없는 에릭 관련 글입니다.:)
그에게 고독은 익숙한 것이었다. 숨을 쉬는 시간은 그만큼 폐 속에 고독이 쌓이는 시간. 그것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그리고 젊은 날 잠시 꿈처럼 지나간 짧은 나날 이후로 절대적인 것이었을 터였다.
대체 언제부터 이 고독이 방해 받기 시작했더라?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건너편에 앉은 사내가 입술을 연다. 아직 굳지 않은 핏줄기가 입술 위로 흘려내려 방울져 있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고 있는 게냐? 에릭?
남자의 표정은 짐짓 더없이 상냥하고 다정해서, 자신을 죽인 자에게 말 거는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어린 아들을, 혹은 귀애하는 애완동물을 대하는 듯 보였다.
에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목소리도 사실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를 떨리는 것은 어떤 것도 없다.
에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생각했다. 저자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의 맞은 편 소파에 몸을 누인 그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스스로 손가락을 들어 올려 제 미간을 가리켰다.
그야 당연하잖니. 난 이미 죽었으니까.
에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과거의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그래, 네가 죽였어. 내가 네 어미의 미간을 쏜 것처럼, 넌 내 머리에 동전을 박아 넣었지.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사실 나도 모르거든. 차라리 ‘그자’에게 물어보는 게 정확하겠지.
그 자신의 죽음을 말하면서도 남자는 즐거워서 미칠 것 같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이해 되지 않는 말들.
에릭은 대답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저 남자는 그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의 빈정거림이 다시 그에게 들이밀어졌다. 들린 것은 아니다.
계속 그러고 있다가는 그대로 주름이 져 버릴 거야. 이젠 너도 주름을 걱정할 나이가 되지 않았니. 게다가 넌 나처럼 젊음을 보충할 수도 없잖아?
남자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웃고 있었다. 전혀 변함없는 남자의 얼굴은 이제 그와 비슷한 연배로 보인다. 아니, 오래 전 멈춘 남자의 시간을 그가 따라잡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여전히 마르지 않은 핏방울은 이제 턱까지 흘러내려 괴었다. 미간에 파인 상처는 손을 내밀면 당장이라도 그 끈적함과 온기를 그의 손에 쥐어줄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두드렸다.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는 마치 흥겨운 연주라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그래, 넌 아직도 내가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나 궁금한 모양이구나, 에릭. 내가 아는 넌 아둔한 아이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네가 모를 리 없잖니?
그 말대로다. 사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어느새 아득하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흐른 해변에서의 그 날 이후, 저것은 단 한 순간도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언제나 곁에 남아 그의 고독을 방해하며 또한 완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일종의 대가일까?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날 네가 나를 선택한 결과니까.
너를 선택해? 내가?
그의 너머에 앉은 남자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유쾌하게 웃었다. 소리는 없다. 하지만 그 기분 나쁜 비웃음은 그의 머리 속에서 쟁쟁히 메아리 친다. 그자는 손가락을 뻗어 에릭을 가리켰다.
네가,
그리고 다시 붉은 상처가 깊숙이 패인 자신의 미간을 가리킨다.
나를 선택한 거야.
굳이 덧붙일 필요 없는 부연이 잇따랐다.
그 남자가 아니라 나를 선택한 거지.
에릭은 덤덤하게 남자의 턱에 맺힌 핏방울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딱히 양탄자가 젖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넌 나를 죽이고, 그 무엇보다 온전하게 나를 계승했지. 그게 선택이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에릭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혀 필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넌 나를 죽였지만 나를 부정하지는 못했어. 네 남은 인생은 곧 나를 긍정하는 삶이 될 거다.
에릭은 말없이 여전히 깊게 벌어져 그를 바라보는 상처를 응시했다. 그곳은 여전히 붉은 피를 천천히 게워내고 있었다.
여전히 피 흘리면서, 그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에릭에게 손 내밀었다. 그러나 손 끝이 닿는 곳에서 어떤 감각도 그를 속이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넌 나의 아이란다.
내 작은 에릭(Mein kleiner Eric).
이마에 닿은 입술은 그 어떤 감촉도 남기지 않았다. 당연하다.
차게 식은 녹은 유리를 부어 넣은 것처럼 굳어 있던 청각이 천천히 돌아왔다.
마찬가지로 얼어붙은 납 물이 흘러 들어 굳어버린 것 같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익숙한 노란 홍채가 가장 먼저 그의 시각을 깨웠다. 당혹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 푸른 비늘로 온 몸을 덮은 여자에게 그는 손을 흔들어 질문을 떨어냈다.
그는, 매그니토는 잠시 낮은 한숨을 쉬고 몸을 일으켰다.
온전한 고독의 시간은 끝난 모양이다. 아니 애초에 그의 고독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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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n kleiner Eric을 보고 쾌재를 부르실 몇 분이 떠오르지만...(먼눈) 쉬운 제 취향을 탓할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