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숲 속에서는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 만, 이제는 기승전결을 가진 중편보다 간간히 이어지는 뒷이야기 위주가 될 것 같습니다. 그에 앞서, 이 소설을 쓰면서 찬찬히 만들어갔던(처음 시작은 즉흥이었으니까 말이죠) 설정들을 에릭과 찰스와 저의(...) 대담 형식으로 풀어놓아 볼 생각입니다.
글래스워커(이하 워커) : 안녕하세요, 두분!
찰스: 안녕하세요.
에릭: ......Kinky.
찰스: 에릭!
(잠시 소란)
워커: 그간 궁금하셨던 게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에릭: 그렇지. 제일 궁금한 건 대체 이런 변태적인 얘기를 풀어놓을 생각을 어떻게 했냐는 건데,
찰스: 에릭!
에릭: (독일어로 뭔가 중얼거린다.)
찰스: 에릭, 어떤 기분인지는 알겠지만 일단은 살려두자. 물어볼 것들이 있었잖아.
워커: ......네? 일단은...뭐요?
찰스: 걱정 마세요. 늑대인간이라고 해서 꼭 사람 고기를 먹는 건 아니거든요. (에릭 쪽을 잠시 불안해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네 음, 아무튼 고기는 안 먹어요. 해치는 건 좀 자신 없는데, 제가 에릭을 말릴 수 있도록 좀 도와 주시겠어요?
(붙임성 있는 얼굴로 웃는다)
워커: ......네, 네, 아무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어쩐지 당신이 에릭보다 더 무서워 보이지만.
찰스: 네? ^^
워커: 아, 아닙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을 말씀해 주세요!
찰스: 예, 일단 '늑대 인간' 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네요. 글 내내 늑대니 인간이니 하면서 정체에 대한 서술이 왔다갔다하던데-
워커: 그렇죠. '나는 늑대다!' '인간이다!' 라는 선언들이 교차하고 결국 '늑대 인간이다!' 라고 이어지는 건데요, 이게-
찰스: (참을성있는 표정으로 워커를 바라본다.)
워커: - 네?
찰스: 저 말 아직 다 안 끝났는데. ^^
워커: 어-....네, 넵! 죄송합니다 ㅠㅜ
찰스: 이 늑대인간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난 존재들인가요? 또, 생태에 대한 설명도 해 주세요.
워커: 어- 생태에 대한 설명이라고 하면 두 분 다 늑대인간이시잖아요? 굳이 제가-
에릭: 넌 알지만 이 블로그 오시는 분들은 모르잖아.
찰스: 에릭의 말대로네요. 부디 알려주시면 고맙겠네요.
워커: ...역시, 자비에 씨 쪽이 더 무서워요!
(잠시 소란이 인다)
워커: 어- 그러니까- 다행히도 두 분이 질문하실 법한 걸 제가 이렇게 워드로 쳐서 가지고 왔어요.
에릭: 워드? 그게 뭐지.
찰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조잡한 서류를 의미하는 거야.
에릭: ......프로...뭐?
워커: 그럼, 자비에 씨가 읽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천상의 목소리를 지니고 계시잖아요.
찰스: (물끄러미 워커를 바라보다가) 대화체로 계속 쓰기 힘들어서는 아니구요?
워커: 와우, 그 돌연변이 능력 멋지군요! 어쨌건 부탁드립니다. (굽신거린다.)
(잠시 헛기침을 한 찰스, 목을 가다듬고 매끄럽게 읽기 시작한다.)
1. 이 소설에서의 '늑대인간'이란?
글 속에 나오는 '태고의 늑대들'의 후손들입니다. 빙하기 시대,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와 당시의 거대한 늑대들인 카니스 디루스의 혼령이 결합하여 생겨난 것이 바로 이들입니다. 고로 만일 학명을 붙인다면 아마도 Homo Dirus쯤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초의 혼령 결합은 아마도 샤먼에 의해 일어났던 것이겠지만, 태고의 늑대들도 그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달의 주기에 따라 야성이 솟아오르는데, 보름달이 되면 자의와 상관없이 늑대로 변할 정도로 야성적인 힘이 흘러넘칩니다. 인간 형태일 때에도 일반 인간들보다 모든 감각이 예민하며, 근력도 더 강합니다. 낮보다 밤에 늑대로의 변신이 더 수월하고, 반대로 낮에는 더 쉽게 인간으로 돌아옵니다. 보름 때에는 왠만해서 인간으로 돌아오기 어렵지만, 아주 오래되고 자신의 야성을 다루는 데 익숙한 늑대인간들은 아주 쉽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찰스: 그래서 슈미트가 그렇게 쉽게 변신한 건가요?
워커: 넵! 다만, 쇼우 정도 되어도 보름 밤에 인간으로 돌아오기는 꽤 어려워요. 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날 때의 클라우스 슈미트는 의외로 필사적인 상태였죠.)
생체 회복력이 놀랍도록 강하고, 자라긴 하지만 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놈의 성질머리들, 그리고 제어하지 어려운 야성 때문에 대부분의 늑대인간들은 전사하거나 살해당하거나 사고사합니다. 그래서 조심성 많고 주의깊은 뱀파이어나 요정에 비해서는 수백년 살아남는 경우가 드물어요;
(찰스: 에릭, 내가 그 성미 조심하랬지?
에릭: ......)
2. 대체 그 태고의 늑대란?
모든 늑대인간들의 마음 속에는 영원히 얼어붙은 설원이 있고 태고의 늑대들이 사는 곳이 펼쳐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늑대 버전의 집단무의식의 세계입니다. 늑대들의 '원형'이 그 곳에 있습니다. 무리가 있고, 우두머리가 있고, 우두머리의 짝이 있고, 짝의 딸이며 자매들인 암컷과 형제인 젊은 수컷들이 있고요.
(에릭: 잠깐, 지금 젊은 수컷과 암컷이라고 했나? 찰스, 거기에 그런 자들이 있어?
찰스: 에릭, 오해하지 말아줘. 나는 그 늑대들이 암컷이건 수컷이건 신경쓰지 않아.
에릭: ?! 암수 상관없다고? 찰스, 그 빌어먹을 늑대들과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찰스: 맙소사, 에릭! 그들은 그냥 혼령이야, 살도 피도 없는 존재들이라고!
에릭: 하지만 그 공간에 들어가면 모두 실체를 갖는다고 했잖아. 안 그래?
워커: 잠시만요, 잠깐만, 지금 자비에 씨가 뭔가 오해를 받고 있...(에릭이 째려보는 바람에 침묵한다.)
찰스: 에릭, 오해를 풀어. 안 그러면-
에릭: 안 그러면? 어쩔 건데.
찰스: 다시 프랑스로 갈 거야. 거기서 10년동안 살 거고, 예전처럼-
에릭: ......알겠어.)
사실 모든 늑대인간이 다 이 '태고의 늑대'를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슈미트처럼 오래되었거나 뭔가 정신적 계기가 있어서... 말하자면 참선(...) 이나 명상(......), 혹은 각종 늑대인간으로서의 경헙들을 통해 도달할 수 있습니다.
태고의 늑대들이 사는 영원한 설원에 가는 법은, 쇼우가 처음 늑대인간이 되던 무렵에는 늑대인간들이 많이 알고 있는 가르침이었지만, 수백년이 지나면서 점점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쇼우는 에릭에게 전부 가르쳐 주고 싶어했지만, 에릭이 멋대로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전혀 가르쳐 주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에릭은 늑대 인간계의 후레자....
(글래스워커가 에릭에게 끌려간다. 처절한 비명과 무자비한 하울링과 으르렁거림이 들린다.)
아무튼 찰스를 통해 태고의 늑대들과 늑대인간들은 다시 한번 연결되었습니다. 태고의 늑대들은 대단히 기뻐하고 있고요.
3. 다른 늑대인간은 전혀 없는가?
(에릭이 갑자기 침묵한다. 찰스도 잠시 집중하고 읽어나간다.)
유럽의 늑대인간은 지독한 마녀사냥으로, 북미의 늑대인간은 인디언의 멸망과 함께, 남미의 늑대인간은 스페인의 침공 때문에 사라졌지만 극동 지역의 극소수 늑대인간은 살아남았습니다. 이들은 극동의 인간들에게 '12지' 중 '개'로 오인받아 그럭저럭 삶을 유지합니다만...
(에릭: 개? 지금 개라고 했어? 이런 (다시 한번 독일어)
찰스: 에릭! 읽는 중이잖아.)
중국 쪽의 늑대인간은 문화혁명의 피바람 속에서 멸종합니다. 한국의 늑대인간은 6.25 이후로 소식이 없고요, 일본의 늑대인간들은 일본 늑대의 멸종 이후 감감 무소식입니다. 다만, 멸종되었다는 얘기는 없어요.
아무튼 숨어 있는 극소수의 늑대인간들은 있습니다. 아누비스로 숭배되던 고대 이집트의 혈통을 받은 이들도 있고, 남미의 늑대인간이 멸망하던 당시 스페인에 늑대인간이 역수출(...) 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에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너무 넓은 곳에 마구 흩어져 있는데다 '태고의 늑대들'의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자들도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에릭: 뭐야, 그냥 '꿈도 희망도 없다'라고 요약하면 될 일이잖아.
워커: 깨...깨갱
찰스: 그래도 있을지도 모른다잖아, 다행이네.)
4. 앞으로의 에릭과 찰스는?
아마도 아주 오래오래 핸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많은 사건들이 있겠습니다만, 슈미트를 물리치고도 별 탈 없었으니 이제는 잘 지내지 않겠어요?
에릭: 그렇겠지?
워커: 그...그렇습니다!
찰스: 틀림없나요? 우리는 인간에 대한 대화를 가끔 나누는데, 서로 생각이 좀 다르-
워커: 에헤이! 그 그 그 그런거 없고요! 두 분은 백년해로 하실 겁니다! 절대로!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겝니다!!!!!
(심상찮게 노려보던 에릭이 가자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쉬는 워커, 그리고 가볍게 인사하고 에릭을 따라가는 찰스)
이런 설정들이 있었...더랩니다. 와하하. 대화 형식으로 조금 풀어 보았지만 막상 쓰자니 별 게 없어 보여서 안습이네요.
앞으로는 겨울 독수리와 인큐버스를 써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 회사 일도 정신없고 이래저래 힘들어서 집중은 잘 못 하고 있습니다만, 최선을 다 해 나가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감상 주신 분들 모두 사랑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